추석때 집에서 있다보니 무거운게 아닌 가벼운 입맛다실거리가 필요했나봅니다.
친한 언니가 백화점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덕에 맛난 맥반석오징어라든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건어물들을 챙겨주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끔 입이 심심할때 꺼내먹는게 습관이 되어있어서인지... 안보일때 느껴지는 상실감은 참.. 크더라구요. ^^;;
더군다나 집에서 쉰다고 가져갔던 책중에서 나오는 육포이야기는 상실감에 불을 당겨, 영화보러 나간 명동에서 육포찾기를 감행했다지요.
먹거리를 가장 쉽게 구할수 있는 백화점은 문을 닫은 날이고.. 육포~육포~ 이야기하다 집에와서인지 계속 육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 먹을것에 대한 집요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목요일은 학원가기전 한시간이 남는걸 알기에 학원가기전에 육포사야지~를 생각했건만
탄소세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나오니 학원가기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아.. 육포 언제먹냐.. ㅠ.ㅠ
계속 떠나지 않는 육포생각에 백화점에 근무하는 언니에게 전화했습니다. 언니~ 육포좀 사다줘어~~~~~요.
학원끝나고 언니를 만나 육포를 받아 그자리에서 몇개를 먹으니 행복해집니다.
행복해하는 모습에 그 언니 깜짝 놀래합니다. 이십년을 넘게 봤던 아해에게서 나온 돌발행동으로 인지한것인지..
상실감으로 인지한것인지.. 한마디 하더군요.
"먹고싶은건 먹고살아라.." 라고.. ^^::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이 언니가 육포를 좋아한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이십년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늘 자기가 보고싶어하는것, 듣고싶어하는것만 골라서 보고 듣고 하는것인지..
육포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다 먹어본 언니가 골라온 육포는 그렇게 짜지않고, 질기지 않고 맛났습니다. ^^
그러면서 언니는 이야기합니다. 화장품은 어디회사가(메이커 말고 제조원) 좋고..
옷은 어디가 낫고... 입벌리고 놀라며 듣는 나에게 또 한마디 합니다.
"넌 관심없지" 라고..
관심없어보였나 싶어서 헤헤 웃다가..
그래도 이렇게 살아온 모습에 대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사람이 있어 또 행복해졌습니다.
내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어놓는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은 마음. ^^
육포하나로 살아온 생을 살짝 뒤돌아보게되는 하루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언니가 먹고싶은거 말해.. 다 사다주께..라고 해서 행복해졌던걸까요?
정말 그렇다면 머리가 많이 빠지겠군요. ㅎㅎ
일요일에 내인생에서 중요했던 두명의 사람이 결혼을 합니다. 한사람은 11시, 한사람은 1시..
수업을 핑계대고 가지 않는 내 모습이 낯설고.. 결혼소식에 마음흔들리며 내 마음이 괜찮은지.. 내 자신이 괜찮은지를 의심하며 자꾸 뒤돌아보았던 시간들도.. 또 다른 시간에 묻혀 지나가기를 바래봅니다.
힘든 만남도 아니었고,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았던 좋은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이어간다는건 생각만큼 녹록하지는 않은 일인가봐요.
어려운 책을 만났을때.. 잠시 덮어두었다 다시 읽을때 이해되는 그 마음처럼 지금은 접어두어야 할 때라는걸 압니다.
다시 펼치게 될 책인지.. 책장속에 그냥 꽂혀있는 책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늘 계획대로 되는 삶은 아니란건 알아버렸거든요.
시간이 해결해줄수 있는게 은근 많아요. ^^
그 시간속에 .. 또 나를 맡겨봅니다.
단, 그 시간속의 내가 나태하지 않기를.. 노력할 수 있는 아해이기를 바래봅니다.
20110916. d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