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디더운 날씨..
서울 날씨도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행사의 피로감으로 오랫만에 아침도 거르고 잠을 잤다. 늘 하던 일인데도 더 피곤한걸 보면 몸이 더위에 맞서서 열심히 싸우느라 지치고 있는 중인가보지.
예전에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라는 소설책을 봤을때 중년의 사랑 뭐, 그런 관점보다는 사진은 빛과의 싸움이다라는 구절에 꽂혀서 한뼘만한 렌즈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색감, 구도 이런 것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지라 그저 남들이 찍어놓은 사진 보는걸로 대신하면서 가끔 찾는 사진전..
워낙 명망높은(?) 사진들이라 이미 본것들도 많지만 그래도 더울때는 전시실이 낫지 않겠어 싶어 미리 D군을 꼬셔두었다.
착한 D군은 나름 뒤져봤는지 미리 예약까지 해두었지만, 대기시간(?)에 대해서는 둘다 무지했다.
예술의 전당에 4시쯤 도착을 했는데 깜짝 놀랬다. 이거 평일 맞아? 표 끊는데도 사람들이 넘치는 모습들..
<매표소옆의 메인사진>
D군은 예약을 해뒀다고 우쭐거린다. 줄을 서지 않고 후다닥 표를 찾아나온 녀석을 나름 격려를 해주는데 갑자기 대기번호를 받아오라고 하는통에 수습하기에 바쁜 D군. ㅋㅋ
대기시간 한시간 30분.. 그시간동안 무엇을 할것인가... ^^:;
대기표를 받아들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니 이런저런 전시회들이 있다. 사진전이 또 있네. 버뜨~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에는 휴식이 짱인것이지.. 에어컨이 나오는 1층에서 D군은 퓰리처상에 대해 이래저래 설명해준다. 미국국적에 대해서만 주는 상인지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 스마트폰이 이럴때 편하긴 하구나. 요즘 갤럭시 S를 사서 트위터부터 이래저래 기능을 탐지하느라 바쁜 우리의 D군. 한시간동안은 스마트폰에 대한 자랑질과 자신의 내공을 마구 드러내보인다. 조금 부럽긴 하다. ^
<1층의 다른 사진전>
공연이 없던 오페라하우스 쉼터에서 D군은 갤럭시 S로 인터넷의 바다를 누비고, 나는 나대로 휴가때 마치기로 했던 책읽기.. 흔적을 한번 남겨볼까 해서 사진 찍어줄까 했더니 후다닥 얼굴을 감싼다. 왜 ~ 눈이쁜 D군.. ^^ 카메라가 무섭더냐~
D군의 직장인버젼의 모습인 와이셔츠와 양복바지의 모습에 익숙한 눈이 캐주얼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모습을 낯설어한다.
예약을 해뒀더니 사진전이 끝나는 날까지 가능한 날짜로 나오는지 날짜가 이상하다. 머.. 그래도 입장가능하니 통과~
이때까지도 관람객들이 편하게 보라고 배려하는 대기번호인줄 알고 있었다.
다섯시 반에 입장시작. 전시실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다.
그리고.. 연도별 수상작들 옆에는 설명판넬이 붙어있다. 생각보다 작은 전시실.. 그리고 넘치는 인파.
다행스럽게 사진을 잘 찍고, 관심이 많은 D군이 나름 설명을 잘 해줘서인지 보기에는 불편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사람에 밀리다 보니 D군을 잃어버렸다. 아. 미아되는거 쉽구나. ^^;; 중간에 한번 만나긴 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연도를 왔다갔다 관람한 까닭에 안본 연도 수상작들로 서로 찾아가느라 또 헤어짐의 반복.. 초판 사진도 아니고, 싣고오느라고 비행기값이나 유물관련비가 들지도 않았을텐데 입장권은 이집트전이나 그리스전 입장료와 똑같다. 갑자기 드는 생각에 부르르 몸 한번 떨어주고 다시 사진전에 집중..
손바닥만한 렌즈안에 담겨진 세상과 눈으로 보는 세상은 같을지언대, 그래도 기록의 사진은 많은 것을 바뀌게 하는 힘이 있다.
사진기자들의 고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냈던 작품인 1994년 수상작을 기억하시는지..
1993년 당시 내전으로 시달리던 수단에서 배급소로 갈 힘마저 없어 가는 도중에 쓰러져버린 굶주린 아이의 모습과 아이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의 사진.. 이 한장의 사진은 수단의 내전을 알리고 수단으로 수많은 원조를 끌어들이는 힘이 되었지만 이 사진을 찍었던 남아공의 캐빈카터는 사람들의 거센비난을 받게 된다. 굶주린 아이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좋은 순간을 기다렸다는 인본주의적인 비난!!!
당시 수단의 취재기자들은 전염병의 위험 때문에 기근 희생자들을 만지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소녀를 안아주지 못했던 사진기자 캐빈 카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로 그 해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33살의 짧은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D군은 이 사실이외에도 캐빈카터의 죽음에 대해 또 다른 견해를 이야기해줬다.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생략.. ^^:;)
한장의 사진은 수단의 수많은 굶주린 아이들을 구할수 있었지만 이 한장의 사진때문에 자신의 생도 마감시킬만큼 어려운 취재상황과 사진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들..
불편한 마음을 어루만져줬던 1958년 ' Faith and Confidence' 웨싱턴 데일리 뉴스에 실린 사진
아이의 너무나도 해맑은 얼굴과 신뢰 가득한 경관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1968년 수상작인 "생명의 키스"
전주에 메달린체 감전되 의식불명의 동료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사진, 다행히 살아난 동료..
열악한 현장상황을 알리는 계기가 된 사진
1973년 '전쟁의 테러'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맞아 화상을 입은 소녀가 기자에게로 달려오며 뜨겁다고 살려달라고 울부짓는다
산업화가 될수록 전쟁의 희생자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 대다수가 되어가는 현실...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귀에 들리는듯하다.
1989년 수상작인 "아이를 구출하는 소방관" 필사적인 소방관의 노력에도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져 몇일동안 사투를 벌이다 숨을 거둔다
한장 한장 아프고 절실한 사연들이 담겨있고, 그 사연들이 담긴 사진은 인류의 비극을 막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의 비극에 대해.. 공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날..
쉴곳이 없어도 사람이 많아도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어도 그날 느낀 감동만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7시가 약간 넘은시간에 나와 D군이 미리 물색해놓은 사당동의 맛있는 물회집을 찾아 이동한 끝에 안 사실..
"휴가입니다~" ㅋㅋ ㅋ ㅋ 난 어제 포항에서 물회를 먹어서인지 아무생각 없었지만 D군은 참 허해하더라.
둘다 배가 너무 고픈 상태라 보이는 집에 들어가서 식사. 낙지한마리 수제비~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장이 반찬인지 너무나도 맛있게 식사. 수제비 오랫만에 먹어본다. ^^
야외술집에서 맥주한잔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 배가부르니 술도 별로고 이야기로만 꽃을 피우는 자리.
꿈과 이상.. 그리고 현실사이의 갈등들.. 그런 이야기를 가감없이 할 수 있었던 그때 그자리.
나의 여름휴가였다. ^^:; 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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