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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ing's daily/diary

이여사님의 김장

 

김장철이다.

 

우리집 이여사님은 음식솜씨가 꽤 뛰어난 편이어서, 제작년에는 지우들한테 주문김장까지 받으셔서 바쁘셨다.

물론 김장하고 난 몇일후에 큰딸이 좋아라해서 시켰던 각굴을 쪄드신후 피곤함과 원인모를 병에 걸리셔서 한달간 병원신세를 진후..

주문김장은 절대 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올해는 김장을 어쩌시려고 말씀이 없으실까 했더니 드디어 어제 한마디 하신다. "절임배추로 할까?"

이젠 기력이 딸리신건지..   제작년의 악몽이 되살아나신건지..  아들, 딸 시집보내놓고 큰딸만 데리고 사니 홀가분하신건지

뜬금없이 절임배추로 하자고 하신다.

 

몇포기나 할건대요라고 여쭤봤더니 그냥 10포기 약간 넘게?라고 말씀하신다.

아들넘 안줘?라고 했더니 "지들이 알아서 담아먹으라고 해라"하셔서 놀라고

"작은 딸은 안줘?"라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해주겠지 하신다.

 

오홋~ 뭔가 삐지신겐지..  자유로와지신건지 감은 도통 잡을수가 없지만 조금하신다는 소리에 큰딸의 마음은 반갑기만 하다.

 

예전에 괴산으로 김치체험을 가서 깨끗한 환경을 보고 괴산김치를 찾아 헤매었건만, 참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다.

품절이랜다.

 

이래저래 뒤져보고 20kg으로 결정한후 (10포기만 넘으면 된다는 큰딸의 계산.. 근데 1통과 1포기, 1쪽의 차이는 어렵다)

결제를 하고 이여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쩌구 저쩌구 20kg이 어쩌구 저쩌구.. 한 후에 정말 그것만 하면 되냐고 또 여쭤봤더니

"응"이러신다.

 

아들아, 작은 딸아.. 아무래도 너희가 뭔가 실수를 한것같으니 알아서 대처하기 바란다.

혹시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면 집에서 거의 밥을 먹지 않는 나에 대한 시위시려나??   

 

예전에는 김장을 거의 삼십통넘게 했던것같은데 참 많이도 줄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그렇다.

너른 마당에 배추랑 무랑 이런저런 야채들이 수북하게 쌓이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했던 김장..

부엌에는 김장을 마치고 드실 육계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고, 한켠에서는 새로 한 김치와 함께 먹을 수육이 삶아지고 있던 그 풍요로움과 흥겨웠던 김장의 기억들도 추억이 되어버린게다.

 

아마도 이여사님도 추억의 한켠에 서서 조금은 슬프실거같다.

김장하는날 이제는 육계장도, 수육도 없을터이니 까먹지 말고 이여사님과 외식이나 해야겠다.

그리고 영화나 함께 보자고 해볼꺼나~~

영화보다 가끔 조셔도 딸들과 영화봤다는 그 하나만으로 행복해하시는 이여사님께 드릴수 있는 가장 큰 마음이 외식과 영화라니..

에잇.. 연말보너스받아 큰 맘 먹고 뚝 떼어드리고 나면 이 아릿한 마음이 사라지려나.. 

 

d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