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에 두시간마다 하는 학원수업이 12월 종결을 앞두고 있다. 처음 시작할때는 역사논술로 시작했지만, 6학년 아이들은 역사에서 버림받은 고로 역사수업을 대략 시대별로 정리하고 논술로 들어가는걸로 했는데.. 요넘의 녀석들은 바빠서 책도 잘 못읽어오더라.
하지만 이 친구들과의 수업은 즐거워서 이런 데미지를 안고서라도 수업을 하고싶은 열망이 들게 만든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역사수업에서 두명의 친구는 역사만화라도 읽고와서 즐거워하고, 두명의 친구는 역사는 싫다고 괴로워한다. 즐거워하는 모습과 괴로워하는 모습을 맘껏 보여준 친구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게지.. 라고 날 위안시키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되는 수업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채찍질하며 몇달을 줄기차게 달려온 학원수업.
이제 11월이면 한국사에 대한 수업은 끝이 난다. 그럼 12월에는 전반적인 시대흐름과 중요한 맥락들을 한번 짚어준후에 이 녀석들과 하.고.싶.었.던 논술수업을 한달정도 할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거다. 육학년친구들 세명과 오학년친구 한명. 중학교가서도 일주일에 한번 시간을 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12월 수업이 끝난후 아이들과 상의해서 그 지점에서 끝을 내던지, 계속 가던지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요즘은 결.정.내.려.야 하는 일이 잦아져서 편한대로 흐름에 맡겨서 살아보자는 내 의.지.에 상반되는 상황이 좀 힘든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의논을 해서 합의를 내리는 과정은 신뢰감에서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두시간의 학원수업에서 자세도 편하겠다. 나른하겠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하루의 피곤함이 싸악 몰려와서 졸리는 시간이라 눈은 나를 보고있지만 다른 생각에 빠지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 조금은 괴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좀 마음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던가. 이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건 어휘력과 단어의 뜻, 그리고 문맥의 이해인데 이런 부분은 단기간에 확 드러날수 있는 건 아니라서,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친듯이 반복하고 질문하고 꾸짖고 아우르고 달래보는 시간이 되어버리는거다.
역사에 대한 자그마한 지식들로 벽돌을 함께 구워왔으니 이제 아이들에게 남은것은 구운 벽돌로 집을 만들어보는거.
세기별로 흐름을 가볍게 잡아주면서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두명씩 팀을 짜서 퀴즈대회를 시작했다.
내기의 조건은 진팀이 이긴팀에게 피자사주기. ^^
한시간반의 퀴즈타임은 지겨울수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알고있는 지식들을 서로 상의해서 하나씩 꿰어맞추면서 칠판을 메꾸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나보다. 팀의 감정이 치열해질무렵 띵가가 조심스럽게 내민 카드.
그럼 너희 넷이서 함께 해보는건 어떨까? 열가지의 사건을 순서대로 나열해서 그대들이 이기면 띵가가 피자사주고, 그대들이 지면 피자도 사고 띵가의 커피도 사는거. 어때..라고..
해보자고 한다. 의욕은 심하게 좋은 녀석들.. 기.특.하.다.
사실 반신반의하면서 문제를 냈는데 결과는 아이들의 승리다. 내가 진 내기인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
퀴즈시간에 그렇게 서로를 탐색하고 견제하던 두팀이 합쳐져서 아는걸 서로 이야기하고 맞춰보고 그들만의 리그를 한다.
띵가가 정답!이라고 했을때의 아이들의 함성.. 기분이 좋다.
눈치빠르고 똑똑하지만 하고싶은거 이외에는 관심없는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눈이 이쁜 민섭이는 눈을 가려버리고
오학년이지만 오학년답지않게 진중하고 본인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터득한 태건이는 형들 누나와의 사이에서 아는걸 이야기하고 듣느라고 바쁘고, 우리나라 역사는 기본적으로 싫어요~를 외치는 가민이는 순간기억력과 들었던걸 내세우며 본인의 의사를 피력하고, 역사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역사를 좋아하게 된 호진이는 아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답을 도출해내기에 바쁜 시간의 사진 한장.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중요성, 단어와 표현방법의 차이에 대해 지금부터 해야되는때라고 강조.강조하고 수업을 마쳤다.
스마트폰에서 카톡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진기. 몇일전에 지인과 대학로를 방문해서 생맥주를 먹다가 먹은만큼 흔적이 남는.. 아사히 맥주의 엔젤링 자국을 핸드폰으로 찍어보았다. 왜 찍고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은연중에 이런 마음이 많이 들었었던걸까?
마음속으로 늘 바래본다. 이 수업시간이 이 아이들에게 어느정도의 흔적이 남는 시간이기를.... 늘. 바.란.다.
20111117 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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