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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ing's daily/diary

[국내] 엄마를 부탁해(신경숙님)

 

늘 익숙한 가족, 그리고 하늘같았던 부모님..

 

 

신경숙님의 소설은 늘 가슴한구석이 아리다.

깊은슬픔과 외딴방을 읽으면서도 느낀점이지만 절제된 표현력 때문에 여운은 계속 남아 명치가 콕콕 쑤시는 느낌.. 저자의 만만치않은 내공에 늘 감탄하지만, 새로운 신간인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제목을 보면서는 어떤 식으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책 제목을 판단하고서 장소를 잘 정해서 읽을 일이지 바보처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읽다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해 울어버렸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고 이야기가 시작되고,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라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서울역 지하철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후, 가족들은 엄마를 찾아다니며 늘 익숙한 존재였던 엄마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어렵고 힘들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줄 알고, 지켜야 할 게 자식들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부모님들의 이야기..

어느새 자식들은 장성해가고 각자의 삶속으로 충실해져갈 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엄마의 입장, 자식의 입장, 엄마의 동반자였던 남편의 입장이 본인들의 관점에서 쓰여져 있다.

늘 익숙한 가족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드러내려면 항상 원인이 필요한 법이던가..

자식들을 커다란 마음으로 품었던 엄마는 노쇠해지면서 기억을 조금씩 잃어버려간다. 시골에서 남편과 함께 자식의 집으로 잠시 다니러왔던 엄마는 지하철에서 남편을 놓쳐 행방불명이 되고 마는데, 전단지를 뿌린후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항상 자식들과 관련 있었던 예전의 장소들임을 알게 될 때 또 한번 느껴지는 마음의 울렁거림들..

아. 부모란 기억을 잃어버리면서까지 부모일수밖에 없는지...


자식들에게 늘 부모님은 커다란 나무같은 존재인가보다. 커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양분의 뿌리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만의 아군인 그런 하늘같은 나무..

그 큰 나무였던 부모님들이 자식이 커져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작은 나무가 되어가는 걸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어쩌면 부모는 늘 하늘처럼 높아야 한다고.. 나무처럼 굳건해야 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자식들의 이기심일런지도 모른다.


노쇠해지는 부모는 예전의 기억을 찾아가고, 성장해가는 자식은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려간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작은 나무가 되어버린 부모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식들이 잃어버려 가고 있는 기억과 작은 관심일런지..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2009년 1월  회사 소식지에 실었던 글

                                                                                             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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